2026.08.20
백화점 옥상 정원. 혼자 앉아있는 노인의 쓸쓸한 무표정이 아내의 어깨 너머에 자리잡고 있다. 잘난 것 없는 외모와 허공을 보는 모습, 선선한 바람과 나직한 음악 그리고 혼자라는 정보가 더해져, 내 마음대로 저분은 사별한 독거 노인일 거라는 판단을 내렸다. 몸짓도 시선도 오래도록 아무 움직임이 없는 걸 보면 어떤 추억에라도 잠겨 있는 건가 싶은 모습이었는데, 잠시 나와 눈이 마주치고는 휴대폰을 내려다 보다가는 손가락을 누르는 시늉을 한다. 여름이 끝나가는 9월 오후 풍경.
2026.08.20
2026.08.20
완전한 어둠속 내 몸에 닿는 그 무엇도 없는, 아무런 이끌림도, 중력도 없는 그런 공간에서 두눈 부릅뜨고 있다 한들 내가 빙글빙글 돌고 있음을 알아챌 수 있을까? 내 시선이 닿는 곳도, 방향도 없는 그런 공간은 내 주변에 끝없이 펼쳐져 있었지만 난 알 길이 없었다. 어느 한 모퉁이 이끌림을 주는 네가 나에겐 어떤 의미인지...
2026.08.19
마음이 타들어가는 때에 난 실제하는 어떤 '열'을 느낍니다. 애태울 때에도 몸속 '열'을 느껴요. 뜨거운 기운이 나를 태우는 거에요. 내 몸 저 안의 공간을.. 그 공간을 채운 나의 감정을.. 안으로부터의 분신 같은 것이 아닐까 해요.. 간절함은 그런거에요.
2026.08.19
말이 되지 않는 요구를 아무 저항없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이 있다. 이를테면 음식을 손톱 크기로 조각내어 십분 단위로 깨어 있는 시간동안 계속 한조각씩 먹어야 한다던지, 남과 눈이 마주쳤을 때는 이가 보이게 웃으며 눈을 빠르게 깜빡여야 한다던지, 서로 한대씩 이유없이 혹은 이유를 대며 때리라던지, 짝수날 걸을 땐 발끝을 보아야 하고, 홀수날엔 태양을 보며 뒤로 걸어야 한다던지... 나열하자면 끝도 없는 요구들을 모두 받아들이는 사람들. 요구가 어디로 부터 오는지 조차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들. 그곳을 벗어날 방법은 없다. 그런 곳에 어느날, 궁금해하는 마음을 가진 아이가 태어났다. 모든 요구를 받아들이는 사람들과 가족들에 둘러싸여 약간의 답답함을 느꼈던 철부지 시절을 지났다. 그 정도 답답함은 정상인 거라, 남들도 다 그런거라 생각하며 자라났다. 하지만 그 답답함은 세월속에 더욱 커져만 가, 삼사십대를 거치며 절정에 이르렀다. 이건 남들과는 다른 일종의 저항감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았다. 커져만 가는 그녀의 이런 마음은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공포가되었다. 그녀는 어느 날, 태양을 보며 뒤로 걸어가는 사람들이 가득한 거리에 서서 답답함과 공포를 느꼈지만, 늘 그랬듯 눈 질끈 감고 뒤돌아 못본척 하였다. 하지만 그날은 느낌이 달랐다. 불쑥 '이정도면 그냥 나도 순응하며 지낼만 한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하였다. 그리고 그렇게도 찾아헤멘 공포로부터의 해방과 편안함을 느꼈다.
Leavyr